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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남길순 시인 / 백야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9.

남길순 시인 / 백야

 

 

  나와 같은 몸을 쓰는

  또 다른 나와 마주칠 때가 있다

 

  호텔에 누워 듣는 개 짖는 소리는

  이미 사라지고 없는 소리를 듣는 것처럼

 

  멀다

 

  밤이 왔으나 죽지 못하는 태양

 

  낮 동안

  카프카의 무덤을 찾느라 묘지 몇 군데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카프카를 만났다

  검은 묘비들이 살아 돌아오는 밤

 

  클라이맥스로 짖어대다가 일순간

  고요해지는 하늘을 본다

 

  유대인 묘지 끄트머리쯤에

  내가 찾는 카프카는 누워있었다

  그를 찾아야만 하는 간절한 이유라도 있는 듯

  각혈하는 장미 한 송이 놓고

  돌아설 때

 

  한동안 잠잠하던 병이 도진다

 

  이 불안의 시작이 어디인지

  여름밤은 스핑크스처럼 창문 앞을 지키며

  돌아가지 않는다

 

  몸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소리는

  밤새 끙끙거리고

  곁에 누워있던 누군가 황망히 떠나간 것처럼

  몸을 웅크리며 너는

  이불을 둘둘 말고 있다

 

  지구의 한 귀퉁이

  주소를 모르는 이곳에서

 

월간 『현대시학』 2016년 3월호 발표

 

 


 

남길순 시인

전남 순천에서 출생. 2012년 《詩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