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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조용미 시인 / 물속의 나무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9.

조용미 시인 / 물속의 나무

 

 

  연못에 나뭇잎 화석이 떠있다

  서걱서걱 얼음이 끼어 있다

  저 화석은 깨어지지 않을 것 같다 부서지지 않을 것 같다

 

  앙상한 겨울나무들이 우두커니 들어가 서 있고 물속의 나무가 놓아 준 나뭇잎 몇 장은

  죽은 사람의 살 대신 위로 떠올랐다

 

  회색 하늘과 차가운 새 울음 몇 그루는 최근에 들어갔다

  소리는 깊이 가라앉지 못하고 잠시 떠다니다

  물 밖으로 걸어 나왔다

 

  소리가 물속 깊이 들어가면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될지 생각해보다 항상 멈추었다

  생각은 바닥에 닿지 못한다

 

  이제 겨울나무들이 들어가 있는 곳에

  얼굴 같은 걸 비추어보지 않는다

 

  연못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누군가의 목을 걸었던 밧줄의 무게를 밤새

  늠름하게 감당해냈던 검은 나뭇가지만 보인다

 

  살얼음이 끼었다

  무엇을 가두는 얼음이 아닌 나뭇잎을 오래 살려두려는 얼음이다 얼음의 살이다

 

  빗살, 물살, 빛살, 문살 다 살이 없다

  죽음은 살과 친근하다

 

계간 『시담』 2016년 가을호 발표

 

 


 

조용미(曺容美) 시인

1990년 《한길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일만 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기억의 행성』, 『나의 다른 이름들』과 산문집 『섬에서 보낸 백 년』이 있음. 김달진문학상과 김준성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