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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리 시인 / 얼음 조각(彫刻)
잠시 너의 연인이 되어주기로 한 일
축제는 축제를 견디려 종일 서있었다
음악이 있고 불빛이 흐르고
하루를 사는 일들이니 오늘 나는 잘 녹아야 한다
이곳은 녹지 않으려 안간힘 쓰던 내 삶과 얼마나 다를까
꼭 나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네 잠시를 영원으로 아는 그런 눈먼 사람 말이네
모든 날들인 하루
그래, 하루라는 건 절대 슬픈 시간이 아닌 거야
부재하고 싶었어, 벼랑에서 멸하고 싶었어, 저 실상으로부터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목이 가늘어지지만 나는 서서히 녹아야 한다
녹기 위해서 존재하는 삶을 이해하겠니 카펫을 다 적시며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적막을
투명하다는 건 힘이 될 수 없겠지만 어떤 패도 지킬 수가 없겠지만
버티어 온 힘으로 사라지는 일 그러니 다시 고쳐서 말해보자
내가 그때 거기 있었으므로,
월간 『시와 표현』 2015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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