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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미 시인 / 고흐의 휴식
가만가만 정오의 등을 고양이처럼 쓸어줘야겠다 팔베개한 헝겊 인형의 생각을 달력 난간에 누운 누드의 슬픔을
너는 모른다 귀 없이 세상 귓속말을 피리로 불던 바람의 큰 귀를 정오의 정수리에 햇살을 옮겨 심던 삽 한 자루를 절망을 베던 칼날의 푸른 절규를 세상에 떨어진 적멸의 붉은 손목 하나를
너는 그래, 절망은 네 온몸의 노란 혼이었을 것이다 바람이 먼저 측량한 것은 밀밭에 누운 고흐의 노란우울이었다는 것을 구름이 흘린 눈물은 쓸쓸함의 총질량이었다는 것을 정오의 휴식*은 도마뱀보다 꼬리가 한 뼘 짧다는 것을
너는 모를 것이다 밀밭으로 날아온 햇살이 날개 터는 소리를 종일 해바라기처럼 눈 뜬 불면의 노란 밤을 계절과 계절 사이를 뒤척이는 바람이 가르랑거리는 소리를
누군가 내 꿈 쓸어 준 적 없어 햇살 이불 덮고 계절로 물들어 본 적 없어 맨발인 내 시침과 분침은 세상에 납작 엎드려 내 삶을 탁발 중이다
*정오의 휴식: 고흐가 밀레의 동일 제목 그림을 재해석 해 그린 그림
월간 『시와 표현』 2017년 4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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