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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리 시인 / 겨울 신림동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고 너는 말했다
어떤 소리가 겨울을 나지 못하고 떠나갔는지
네게 주려고 털 귀마개를 하나 사서 오는 길
좁은 골목길에 파지를 끌고 가는 리어카 뒤에 승용차가 밀려있고 뒤는 느린 운구 행렬처럼 묵묵하다
들리지 않는다는 건 듣지 않는다는 말과 다르지 않아서 좁고 긴 골목을 이명처럼 윙윙거리는 바람도 귀를 떠나 돌아다니고 있는 것인지
귀마개가 양 머리처럼 푹신해서
이러면 소리가 길을 찾지 못할 거라고 너는 그걸 한쪽에 그냥 얹어두었다
난청은 신림동 골목만큼 어지러웠고 그날이 그날인 양 지지부진이었고
영하의 추위가 입을 턱 막았어도 어떻게든 골목을 돌아 돌아오면 집이 나왔는데 그게 내 거처라고 이제 말하지 못하겠다
가도가도 그 자리인 리어카처럼
너는 소리를 기다리지 않은 게 아니라 먼저 나아가지 않았던 것이다
물속에서 하던 말 아무리 소리쳐도 우리가 듣지 못했던 날들을 대신하여 어디론가 나가버린
그 겨울의 귀
계간 『문학동네』 2015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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