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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정임 시인 / 철새는 날아가고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14.

김정임 시인 / 철새는 날아가고

 

 

  그해 여름 새는 날아갔다  

  젖은 날개를 파닥이며 멀어지더니

  영영 돌아오지 않는 너는 환영처럼 숲을 날아간 새

  모래시계처럼 모든 게 흘러내렸던 계절이었다

 

  아무런 변명 없이 하늘은 비었고 연일 구름과 비가 쏟아지던 동성로

  좁은 골목길 그 찻집에서 듣던 엘 콘도르 파사, 우울한 밤의 눈동자

 

  철새는 날아가고

  여름비가 끄는 노래는 녹색 그림자를 출렁이다 황급히 사라졌다

  멀어지면서 흩어진 그 여름의 끝

 

  안데스의 콘도르는 유목민의 믿음으로

  커다란 날개를 펼치며 다시 돌아온다는데

 

  여전히 난해한 계절

  날아오르면서 수없는 계곡을 건너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너는 묻지만

  언제나 꽃처럼 피어나는 의심, 주저앉는 시간

  철새는 날아가고

 

  그 찻집 그 창가의 야윈 밤은

  쓰디쓴 풍경으로 내 안에 스며든다

 

웹진 『시인광장』 2017년 4월호 발표

 

 


 

김정임 시인

2002년 《미네르바》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달빛 문장을 읽다』(문학아카데미, 2008)와  『붉은사슴동굴』(천년의시작, 2013)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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