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임 시인 / 철새는 날아가고
그해 여름 새는 날아갔다 젖은 날개를 파닥이며 멀어지더니 영영 돌아오지 않는 너는 환영처럼 숲을 날아간 새 모래시계처럼 모든 게 흘러내렸던 계절이었다
아무런 변명 없이 하늘은 비었고 연일 구름과 비가 쏟아지던 동성로 좁은 골목길 그 찻집에서 듣던 엘 콘도르 파사, 우울한 밤의 눈동자
철새는 날아가고 여름비가 끄는 노래는 녹색 그림자를 출렁이다 황급히 사라졌다 멀어지면서 흩어진 그 여름의 끝
안데스의 콘도르는 유목민의 믿음으로 커다란 날개를 펼치며 다시 돌아온다는데
여전히 난해한 계절 날아오르면서 수없는 계곡을 건너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너는 묻지만 언제나 꽃처럼 피어나는 의심, 주저앉는 시간 철새는 날아가고
그 찻집 그 창가의 야윈 밤은 쓰디쓴 풍경으로 내 안에 스며든다
웹진 『시인광장』 2017년 4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방민호 시인 / 나가사키 (0) | 2019.12.14 |
|---|---|
| 김선향 시인 / 반도체 소녀 (0) | 2019.12.14 |
| 이규리 시인 / 겨울 신림동 (0) | 2019.12.14 |
| 이여원 시인 / 균형 (0) | 2019.12.13 |
| 김화순 시인 / 바다의 여자 (0) | 2019.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