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김선향 시인 / 반도체 소녀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14.

김선향 시인 / 반도체 소녀

 

 

친구들은 교복을 입는다

나는 방진복을 입는다

 

친구들은 입술에 진홍빛 틴트를 바른다

내 몸엔 붉은 반점이 번진다

 

친구들은 팝콘을 들고 극장으로 숨는다

나는 장갑을 두 개나 끼고 크린룸으로 들어간다

 

친구들은 자몽을 맛본다

자몽은 어떤 맛일까, 상상해본다 나는

 

친구들은 용돈을 받는다

나는 수당을 받는다

 

친구들은 생일파티를 한다

나는 빠진 머리카락을 쥐고 밤을 새운다

 

친구는 학교에서 매를 맞는다

나는 병실에서 주사를 맞는다

 

나는 조금씩 사라진다

친구는 옥상에 올라가 투신한다

 

우린 머지않아 천국에서 만났다

 

웹진 『시인광장』 2017년 4월호 발표

 

 


 

김선향 시인

충남 논산에서 출생. 충남대학교 국문과와 同 대학원 졸업. 2005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여자의 정면』(실천문학, 2016)이 있음. 현재 <사월> 동인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