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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여원 시인 / 균형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13.

이여원 시인 / 균형

 

 

  평균대 위에서 오래 서 있는 남자

  두 팔을 흔들 때마다 균형을 움켜쥐려 하고 있다

  균형은 기우뚱거릴 때 공중을 돌아다니고

  허우적거리는 것은 균형만한 위안이 없다는 거다

  손쉽게 움켜잡을 수 있는 건 세상에 없지만

  균형은 빈손으로도 잡을 수 있는 일이다

  그는 늘 위태로운 평균대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려가는 순간 쥐고 있는 균형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불안증의 착지다

 

  사는 일이나 신념이나 대안 없이 자주 휘청거렸다

  두 팔을 쳐들고 누워 자는 저 남자

  그는 필시 평균대 위에서 휘청거리다

  수평의 잠을 당기는 중일 것이다

  몸에 잘 맞는 균형을 찾는 일이란

  실마리를 풀어가는 과정이어서

  손으로 잡을 수 있는 형태 없는 균형과 같다

 

  평균대 위에서는

  외다리가 더 평형 유지가 편하다는 것

  위태로운 자세는 결코 비관의 자세가 아니다

  수위를 찾아가는 감정의 추와 같은 것

  흔들림은 직립의 미래가 열리는 착지가 될 수도 있다

 

  바람에 시달리는 것 같은 저 가로수들, 실은

  양옆의 길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균형을 잡고 있다

 

계간 『시와 소금』 2016년 겨울호 발표

 

 


 

이여원(李如苑) 시인

진주에서 출생. 201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