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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여원 시인 / 균형
평균대 위에서 오래 서 있는 남자 두 팔을 흔들 때마다 균형을 움켜쥐려 하고 있다 균형은 기우뚱거릴 때 공중을 돌아다니고 허우적거리는 것은 균형만한 위안이 없다는 거다 손쉽게 움켜잡을 수 있는 건 세상에 없지만 균형은 빈손으로도 잡을 수 있는 일이다 그는 늘 위태로운 평균대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려가는 순간 쥐고 있는 균형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불안증의 착지다
사는 일이나 신념이나 대안 없이 자주 휘청거렸다 두 팔을 쳐들고 누워 자는 저 남자 그는 필시 평균대 위에서 휘청거리다 수평의 잠을 당기는 중일 것이다 몸에 잘 맞는 균형을 찾는 일이란 실마리를 풀어가는 과정이어서 손으로 잡을 수 있는 형태 없는 균형과 같다
평균대 위에서는 외다리가 더 평형 유지가 편하다는 것 위태로운 자세는 결코 비관의 자세가 아니다 수위를 찾아가는 감정의 추와 같은 것 흔들림은 직립의 미래가 열리는 착지가 될 수도 있다
바람에 시달리는 것 같은 저 가로수들, 실은 양옆의 길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균형을 잡고 있다
계간 『시와 소금』 2016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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