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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령 시인 / 부부 판독 -컴트레일에 묻다
파랑 일자 예기치 않게 찾아든 당신이 어쩜 매지구름 가르는 캠트레일 만큼 쓸까스르다
모르는 그대, 몰라서 안전한 그대여! 제 안의 어떤 허방에 이끌려 우리 하늘 밖, 길 아닌 길에 함께 있는가
오래 스민 인연이라면 공멸에도 질긴 피가 흐른다는 것 살가운 울바자이거나 각담 지천인 어느 길섶에서 그대는 영원히 몰라야 할 사람
문득 동행한 인연 난 달리고 넌 걷고 가끔 난 왼쪽을 바라보고 넌 오른쪽을 향해도 골똘하게 휑한 건 마음의 빈 고섶 때문.
우리는 더 진한 핏줄을 결탁해야 하리 당신은 영원히 몰라야 할 유일한 사람 아무리 걸어도 끝없는 하늘 길, 탄금을 긋는 단 하나의 획!
반년간 『고양작가회의 작가연대』 2019년 하반기호 발표
이령 시인 / 견전(遣奠)
하루치의 햇살을 말아 쥔 처마에 핀 철지난 와송, 혈이 막히는지, 치미 끝에 주검처럼 널브러져 있다
죽어서도 살아 기쁜 노제(路祭)가 어디 있을까 와락, 어떤 울음이 있어 이 면벽에 닿아 저리 애달프게 어스름 적막을 몰고 왔을까
계절 거스르는 개화도 아직은 이곳저곳 견딤의 시간을 더듬거려야 할 것만 같아 어제를 지우려면 멀고멀었는데 필사적인 내일도 더러는 푸름푸름 넌출 거리는데
북향 하늘에 노을 지는 한 얼굴이 있어 꽃은 져도 축관의 곡처럼 또 비가 내리고 햇살에 젖은 땅이 굳고 새가 울고 바람이 불어오면 나는 이별의 시작, 사랑의 지척을 기꺼이 품으면 그만.
적절한 별리다, 비린 생을 거두고 선 죽은 자의 행장, 버려서 아름다운 자세로 오늘의 휘장을 펄럭이며 생보다 먼저와 기다린 죽음, 영구에 든다
반년간 『고양작가회의 작가연대』 2019년 하반기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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