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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정 시인 / 1인용 상자
이렇게 시작하는 상자도 있을까
던져졌다 발길로 차였다 움직이는 것들이 멈춰서 얼음이 되거나 녹아버릴 때가 있어 너무 고요해서 세상 소리들이 투명해질 때
숨을 뱉는 것을 잊어버린 숨을 쉬거나 다시 펴도 흉터만 남은
빈 상자들이 쌓여간다 차인데 또 차여 폭발하듯 풍경 속으로 사라지는
나는 가끔 상자였다
시끄럽고 캄캄한 이름을 불러봐 누군가의 눈빛이 바닥이 되는 순간 손을 맞잡은 모서리가 아프다 예고 없는 불안을 쓸어 담다 나뒹구는 표정들
언제나 어둠은 단호했다
계간 『시현실』 2019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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