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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란 시인 / 아가書
나는 언제 태어나겠니 나는 어디에 머물러있으며 대체 어느 정도 자란거니 머리와 몸통, 두 팔과 두 다리, 심장을 지닌 야생의 동물이니 사람이니 눈물을 흘리거나 기뻐 날뛸 줄은 아는 거니 어쨌든 사랑은 하겠지 할 줄 알겠지 혹시 이름 없는 별로 태어나 암흑의 우주공간을 떠돌게 되는 건 아니니 아니, 아름다운 우주일지도 모르겠다만 나의 탄생이 너에게 만은 신비였으면 좋겠다 내가 아무 말 없이 너를 들여다보듯이 너도 나를 그렇게 들여다보아주었으면 좋겠다 꽃이든 별이든 나비든 사람이든 무엇이 보이니 무엇이 느껴지니 네가 네게 오기까지의 시간처럼 나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면 내게로 닿겠니 지금 이 순간 무엇이 나로 탈바꿈하는 중이니 아름다운거니 추한거니 말을 하니 못하니 한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없겠지만 한 채의 집이거나 한 마리의 동물이거나 단 한 개에 불과한 희귀종일지라도 나는 계속 죽었으면 좋겠다 그런 몇 차례의 거듭된 시도로 두껍거나 얇아진 푸른 불멸이었으면 좋겠다 아가, 나는 어디에 있니 네가 바라보고 있는 게 정말 나인거니 어둡지만 깊고 고요한 네 눈의 늪으로 미완의 나를 초대해주면 안 되는 거니 얼마나 더 그렇게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거니, 아가
웹진 『시인광장』 2017년 4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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