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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장선희 시인 / 카레앙카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21.

장선희 시인 / 카레앙카

 

 

우즈베키스탄행 열차는 연발이다

눈보라에 시야가 어지럽다

Expired day. 28. December

필 박스 눌러쓴 여인들이 지나간다

카레앙카 3세*를 그려본다

그녀와 오늘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반인반수‘바란짜의 땅, 우랄 산맥을 넘으면 배꼽 빠지게 과장된 이야기도 사실이 된다

 

할아버진 잠을 자다 붙잡혔다 죄명은 조선족 17세, 시베리아 그 유형지로 떠나는 행렬 아무르, 아무르 그 강처럼 흐르는 사람들 북극성 농장에서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맞는 28번째 생일의 주인공 블라디미르 박.

카레앙카, 눈발 속에 우뚝 서 있는 법을 아는, 오줌발이 순식간에 얼어버리는 순간에도 눈빛만은 초록빛.

 

-안뇽하세뇨?

둥둥 떠다니는 빙산 같은 말,

오래 만지작거려 빛나는 마트로시카처럼 딸려나온다 말을 잃으면 조국을 잃는다는 할아버지의 말.

 

상자 속에서 그녀, 자작나무 브로치를 꺼낸다 생채기 난 말들 겹겹 딸려나온다 희미한 모국어만큼이나 옅어진 박 뾰돌.

 

오로촌족의 사촌들, 숲의 숨결 따라 침엽수를 따라 결빙처럼 떠돌던 한국말 몇 마디.

 

- 깜싸합니다

그래, 그녀와 나, 오래 전부터 카레앙카였다

Today is 29 of December

 

 

* 한국인, 또는 ‘한국인 입니까?’의 뜻. 카레앙카 3세는 우즈베키스탄 태권도 국가대표로 발탁된 여성임. 태권도와 한국어를 통해 잃어버린 할아버지의 조국을 러시아에 알리고 있음

 

 


 

장선희 시인

1964년 경남 마산에서 출생.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2년 제1회 웹진 《시인광장》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 제5회 월명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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