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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허민 시인 / 밤의 서가에서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22.

허민 시인 / 밤의 서가에서

 

  몇 년째

  긴 밤의 도서관을 고독은 서성거렸다

 

  시 코너 혹은 문학들이 가득 꽂혀있던 서가

  나는 내가 서 있는 쪽 보이지 않는 맞은편에

  누군가 이쪽 세계를 바라보며

  자신이 원하는 책의 제목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건 어떤 이야기의 시작이었을까

 

  소리였을까, 숨결의 향기였나

  아님 깊은 고독의 직감

 

  나의 세계와  

  맞은편의 세계가 연결되기 위해

  우리는 서가 한가운데에 꽂힌

  가장 아름다운 책의 제목을 빼어 들어야 했지

 

  그대와 나의 흰 눈송이들이

  아주 오랜 전생과 후생을 흘러와  

  창밖의 지상에서

  마주쳤을 때

 

  저 너머의 세계에서

  아무 의미 없는 문학의 이름들이 발밑으로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유리창에 와 부딪치던 긴 밤

  먼 별의 거침없는 흰 조각,

  조각들처럼

 

웹진 『시인광장』 2017년 4월호 발표

 

 


 

허민(許旻) 시인

1983년 강원도 양구에서 출생.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4년 웹진 《시인광장》을 통해 등단.​ 현재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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