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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바다 시인 / 장님
하나의 자물쇠를 열지 못하는 수많은 열쇠만을 만들었다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거다 목이 잘린 채
포기하라는 네 말을 따르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장마진 거리에서 내 귀는 결국 십 수 년 된 노래를 당겨 삼키고 만다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부글거릴 때 석유를 마시면 정말 좋아질까 날개를 지상에 묶는 법을 끝까지 연구 중이다
한 번 펴면 접을 수 없는 날개는 결국 부러진다 단 한 번도 자른 적 없는 머리카락 썩둑 썰어 정수리에서 하늘로 이어지는 길 내고
그렇게 살 줄 밖에 모르는 거다 배를 뒤집고 쓰러지면 그녀처럼 죽는 거다
발이 바닥보다 느리게 떨어지고 늘 봄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어디쯤에서 몸 잘린 길 되짚어 보는 거다
깨어지고 더럽혀진 채 뒹구는 사금파리 가장 눈부셔라 반항적인 이목 구비구비 홀로 불렀던 노래는 정녕 빠르다 피가 다 빠져나간 넋에 실려 이리 저리
맨발로 쓸 수 밖에 없는 거다 비겁한 건지 용감한 건지 누구에게도 묻지 말자
혀끝에 핀 코스모스 강심에 빠진 별똥까지 오직 귀로 존재하고 마지막에 가까워진다
뿌리를 향해 타들어가는 꽃의 속력을 어떻게 계산하나 맨 눈으로 고작 건져 올린 건 몇몇 불가사리들 밖으로만 떠도는
테두리가 허물어지면 안과 밖이 뒤바뀌고 귀가 삼켜질 때 시작되는 완전한 어둠 송곳니는 감추어져야 한다는 것을 안다 언제부터
거대한 인력이 단호하게 두 눈알을 뽑는 중 피가 없어도 피가 마르고 눈이 없어도 눈이 보이는 순간의 이상과 이후
모두 보게 될 것을 다만 먼저 보았을 뿐이다 육(戮)시의 태양은 어둡고 차가워라 제 발 아래는 열심히 환할지라도
계간 『애지』 2015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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