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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선 시인 / 석고 캐스트
몸이 울었던 구멍이다 살려고 격렬히 뒤틀던 몸을 죽음이 고요히 바라보던 구멍이다 뛰어가다 엎드린 장딴지의 힘줄 저기까지 가려고 뻗던 손 급습하던 유황냄새에 급히 코를 막던 포갠 손가락
화쇄암이 덮친 자리 술병은 새긴 그림을 붙들고 버티었다 이천 여 년을 도자기 그릇은 무늬와 함께 잔해를 지키었다 문을 똑똑 두드릴 누군가를 재를 덮어 쓰고서 기다렸다
주검을 감싸준 옷이 사라졌다 얼굴에서 어깨뼈, 팔다리로 몸은 천천히 지워져 갔다 사라진 자 속 사라진 자를 살던 구멍만이 구멍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갈망을 담던 덜어도, 덜어내지지 않던 구멍들 시간의 등을 타고 나, 너 가슴에 구멍의 똬리를 틀었다
너의 눈을 보면 가슴의 구멍이 보인다 퍼내어도 남는 구멍의 슬픔
몸 안 저토록 슬프고 아픈 자세를 고고학자는 어떻게 찾아 냈을까
*고고학자 피오렐리는 화산재가 덮힌 구멍만 남은 자리에 석고를 부어 죽은 사람의 자세를 복원했음
격월간 『시사사』 2015년 1~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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