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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림 시인 / 수선화를 묻다
그 때, 내가 한 수선화에 세 들었을 때 수선화 노란 가루를 온몸에 쓰고 수선인 척 있을 때 수선화 꽃색은 얼마나 노란가 듣도 보도 못했을 때
그 때, 내가 한 水仙에 세 들었을 때 水仙의 낮은 하늘을 나는 제비나비 한 마리에 없는 속을 다 내줄 때 문득 독침 같은 바람이 와 수선화 노란 물기를 다 걷어 가는 줄도 모를 때 수선화, 수선 수선 물기 걷히고 녹아내릴 듯 짓무른 목을 가까스로 가누고 있을 때
그 때, 내가 수선화 노란 색에 세 들었을 때 봄 아지랑이 파도치는 허기보다 일곱 살 계집아이가 백발 노파가 되는 일 보다 더 노랗게 세 들었을 때
수선화, 노란 향기가 뼈마디를 다 녹이고 수선화, 노란 색이 수선을 다 지우는 줄도 모를 때
수선화 자태는 얼마나 애틋한지 세살 적 처음 본 냇물처럼 채 도착하지 않은 햇살처럼 애틋해서 내가 그만 늙은 수선 한 잎으로 슬그머니 흘러내리고 싶을 때
어느 캄캄한 회음부를 후룩 빠져나온 물이여 꽃물이여
거기가 어딘가
아득하고 희고 푸르고도 노란, 그러나 北溟보다 검고 희고 완강한 그 어른거림이 과연!
계간 『시로 여는 세상』 2017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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