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김락 시인 / 호러나이츠3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26.

김락 시인 / 호러나이츠3

 

 

  노래가 눈 위에 퍼진다

 

  학교는 세상에 없는 낮은 목소리처럼 춥다 떨리는 창유리 소리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교정을 에워싼 늦은 저녁 벤치 양 끝에 앉아 나는 고개를 젖혀 흰 연기를 뿜었을 것이다 너는 어둠이 되어 노래를 불렀을 것이다

 

  불길하게 큰 눈은 느리게 내린다 믿음이라는 말이 시시해졌니? 친구가 묻는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뜬다 세상을 처음 본 것처럼 무엇인지 모르는 것을 밤새 기다린 것처럼  

 

  푸른 눈 밟는 소리가 왜 세상에서 가장 종교적으로 들리는 것일까 내가 들고 쫓아가는 불빛에 친구의 어깨가 찍힌다 팔이 잘려나간다 그런데 왜 너는 너그러운 웃음소리로 멀어지고 있는 것일까 잡음에 묻힌 하늘처럼 아득해서 불안한데 나는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거친 풀들이 커져서 얼굴을 제멋대로 때리는데

 

  갑자기 짙은 빛이 밀려오자 동요한 관객들이 박수를 친다 마지막 무대 뒤에서 배우들이 가발을 벗는데 내 양말은 왜 눈에 계속 젖어가는 것일까 희미한 웃음소리에 휩싸인 채 언제까지 달려야 너를 만날 수 있을까 무거운 얘기를 꺼내기 직전의 침묵 같은 무대가 끝없이 이어진다

 

계간 『POSITION』 2016년 봄호 발표

 

 


 

김락 시인

1983년 부산에서 출생. 201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과와 컴퓨터교육과, 동국대학원 영화영상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