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장선희 시인 / 장터의 무스타파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27.

장선희 시인 / 장터의 무스타파

 

 

  무스타파가 장터에 나타나자 달과 별도 따라온다

  걸어온 길을 양탄자로 말아놓고

  낯선 관광지에 펼친 좌판,

  벚꽃이 머리 위에서 예포를 터뜨린다

  아이스크림 통 위로 두 뼘 남짓 올라온 무스타파

  성소피아 聖像에 박힌 유리알은

  자신의 운명을 저울질 한 적 없다

  짙은 속눈썹 속에서 되살아나는 쌍봉 낙타

  태양 아래 무릎 꿇던 기억이 떠오른다

  서툰 한국말이 벚꽃잎 따라 장터를 날면

  아이들은 아이스크림 통 주위를 붕붕댄다

  엿장수 장구소리에 파묻힌 한국말

  코브라처럼 슬슬 목을 치켜든다

  -아이스크림 마. 띠. 써. 요

  마법의 손 같은 쇠국자를 휘두른다

  빙글빙글, 반달국자 속 아이스크림

  거짓말같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이의 기다림 가득한 손에

  이스탄불의 언덕 하나 얹어주는 무스타파

  고깔과자 속엔 에게 해의 석양이 배어 있다

  돌아온 시간은 또다시 둥글게 녹는데

  꽃잎들의 몸부림 속,

  회오리치는 그의 몸

  가던 걸음들이 되돌아서고

  케밥을 말아 쥐던 손으로 긴 국잘 다시 잡는다

  마법의 맷돌에서 흘러나온 이국의 노랫가락

  무스타파의 목에 오래도록 감긴다

 

2012년 제1회 웹진 《시인광장》 신인상 당선시

 

 


 

 

장선희 시인

1964년 경남 마산에서 출생.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2년 제1회 웹진 《시인광장》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 제5회 월명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