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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 시인 / 밀채 구독
아파트 통로를 들어서는 왼쪽에는 아픈 집들이 숫자로 매겨진다.
그그 들들의 가슴판 그을음으로 문장이 지워진 파지처럼 쇠빛 우편은 목구멍이 턱 막힌 채 서쪽 하늘을 끄려다 두껍게 저의 집을 만든다.
자꾸만 이름을 틀린다, 강판 어느 볕에서 죽은 이름이다. 탁탁하게 떠났을지도 모르는 이름을 부르는 강판이다. 이런 것들은 지워진 자리를 익혀먹는 수사의 바깥이다.
어제와 모레와 글피와 석 달 같은 토막 시간이 창 레일에 옅은 점을 찍었으며… 함묵증 학자처럼 매 달을 살았으며… 바다가 되기도 했다.
사라지는 것은 남겨진 자리에 무엇이 쌓이려다 마는 編(편), 한 이십 오륙 년 전쯤 부업하는 2층집 옆 빌라 우편에는 사마귀 붙어 손잡이시늉 하다 부러지듯 날아 살 듯이 막힌 하늘을 뚫다 갔다.
우편에 꽂힌 두터운 지렛대가 어느 날엔 저물녘을 켠다. 노을 켜기도 전에 날개 부러진 곤충 한 마리가 새 계절을 켜려 왔다. 누가집어다 놓은 것, 같은 풍경들이 밀려온다.
둥글어지는 힘은 원통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있는가, 시작한다는 것은 빠르게 밀려올 소멸을 알아채는 둥근 힘을 지녔다.
정전의 두께 수 없는 그 괴괴한 사랑이다. 각각 방에 암흑 쏟는 권총하나를 숨겨두고 산다. 검은 비, 하늘 요란히 쓸어간 밤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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