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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향 시인 / 모피를 입은 남자*
남자는 손가락질 당하지 않는다 설령 그가 모피를 입었더라도
모피를 입은 여자처럼 사치스럽다는 비난도 음탕하다는 질책도 받을 리 없다
모피를 두른 남자를 보라, 늙은 남자의 피부는 복숭앗빛보다도 더 탐스럽다
윤이 차르르 흐르는 모피를 걸치고 흐트러지지 않는 당당한 자태를 꼿꼿이 유지하는 품위를
보라, 눈이 달려 있거든
모피를 입은 남자의 권력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자들을
모피를 입은 여자는 천박하다는 음란하다는 구설에 시달린다
여자는 모피를 벗어 던지고 알몸이 된다 그래봐야 낙인을 지울 수는 없다 요지부동의 시선은 변함없다 영원하다
*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자화상(1560년경)에서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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