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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원갑 시인 / 기억, 부재하는 것들 1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28.

강원갑 시인 / 기억,  부재하는 것들 1

 

 

늦은 저녁

그대와 갔던 조개구이 집

탁자마다 낯선 슬픔이 구워지고

사람들의 얼굴이 모랫살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벌겋게 타오르던 노을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바다는 그렇게 핏빛 노을을 품고 있었고

하혈하듯 울컥울컥

그대의 굽은 몸뚱이로 쏟아지고 있었다.

슬픔이 물컹한 줄 허파를 내어준 후에야 알았다.

그대의 입술에선 자줏빛 꽃잎이 떨어지고 있었고

신열로 자꾸만 달뜬 초승달이

달빛에 부풀어 오르던 바다를 삼키고 있었다.

숯덩이 같은 먹먹한 침묵이 기다림의 전부였다.

잠시 동안 달의 뒷모습이 보였다 사라졌고

반투명한 말들이 유영하며

자귀나무 메마른 잎사귀 사이를 스쳐 지날 뿐이었다.

그 서걱거림마다 그대의 눈에선

한 방울의 깊이만큼 바다가 일렁이고 있었다.

너무 늦게, 아니 너무 일찍

달 속의 바다를 훔쳐보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조개무지 같은 시간이 쌓여가고

다시 한 번 날 선 그리움을 견뎌내고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0월호 발표

 

 


 

강원갑 시인

2002년 《다층》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