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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선 시인 / 훌라후프 돌리는 여자
지구가 빠르게 돌아가는 건 어느 우울한 여자가 돌리는 세상 때문 허리에 말려 들어간 회오리바람 때문 세상이 미쳐 돌아가기 때문 세상 속으로 티끌이 딸려 들어간 때문
왈칵 각혈하는 건 노을이 아닌, 한 세월 팔자려니 끌려 다니던 무리가 등 떠밀고 아등바등 거울 앞에 당도하면 낯선 미소 거짓말처럼 허리춤을 돌던 목구멍 빠르게 도는 건 게으른 무리들이 앉아서 받는 밥상
그녀의 지구는 자주 괘도를 벗어나지 우울은 결국 그녀가 택한 끼니, 어제 돌려놓은 내일이 열 달 뱃속에서 발길질해대듯 돌아가고 점점 길이가 짧아지는 아침이 돌아가고 나온 배를 보며 웃던 어제가 돌아가지
갱년기는 우울의 윤활유 내일과 오늘은 어제 이미 다녀갔지 숨소리는 먼지 망에 걸린 듯 헐떡이고 그녀의 지구가 위태하게 돌고 있지
그녀의 어깨를 말없이 토닥이며 무심한 듯 훌라후프가 그녀를 돌리고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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