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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경선 시인 / 훌라후프 돌리는 여자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27.

김경선 시인 / 훌라후프 돌리는 여자

 

 

지구가 빠르게 돌아가는 건

어느 우울한 여자가 돌리는 세상 때문

허리에 말려 들어간 회오리바람 때문

세상이 미쳐 돌아가기 때문

세상 속으로 티끌이 딸려 들어간 때문

 

왈칵

각혈하는 건 노을이 아닌, 한 세월

팔자려니 끌려 다니던 무리가 등 떠밀고

아등바등 거울 앞에 당도하면 낯선 미소

거짓말처럼 허리춤을 돌던 목구멍

빠르게 도는 건 게으른 무리들이 앉아서 받는 밥상

 

그녀의 지구는 자주 괘도를 벗어나지

우울은 결국 그녀가 택한 끼니,

어제 돌려놓은 내일이

열 달 뱃속에서 발길질해대듯 돌아가고

점점 길이가 짧아지는 아침이 돌아가고

나온 배를 보며 웃던 어제가 돌아가지

 

갱년기는 우울의 윤활유

내일과 오늘은 어제 이미 다녀갔지

숨소리는 먼지 망에 걸린 듯 헐떡이고

그녀의 지구가 위태하게 돌고 있지

 

그녀의 어깨를 말없이 토닥이며

무심한 듯 훌라후프가 그녀를 돌리고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0월호 발표

 

 


 

김경선 시인

2005년 《시인정신》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미스물고기』(북인, 2012)가 있음.  제10회 수주문학 우수상 수상. 웹월간詩[젊은시인들] 편집장 역임. 현재 계간 『시인정신』 편집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