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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필 시인 / 덤불은 나아간다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27.

이필 시인 / 덤불은 나아간다

 

 

태어나 일곱 해 지나도록 내 이름은 찔레였다

가시덤불 本籍도 없이 섞여 피어난

비인칭의 무엇이었는지,

여름 한철 심심한 조각구름이어도

어디선가 날아와 재재거리는 멧새이어도

바위에 드리운 살구나무 향이어도 좋았을 것이다

새순이 여려 살 오르기를 기다렸는지, 아버지는

초등학교 들 때까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한 뼘 굴곡이 가지를 잇고 덧대고

무성하게 그늘을 키워낼 때에도

평생 그리워할 줄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호적에도 없는 무책임한 자연을

무릎으로 기어가는 저 하얀 증식의 덩어리를

누구에게도 앞서 말해주지 않았을 테니

햇살도 전입해 오는 꽃과 덤불 사이로,

처음도 끝도 없는 불안과 연민 사이로

여름은 나아간다

 

월간 《문학사상》 신인상 당선시

 

 


 

 

 이필 시인

2016년 월간 《문학사상》 신인상을 통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