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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용 시인 / 귀환회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은 부재(不在)에 자신을 지우는 일이어서, 생체지도는 만들어진다. 몸속에 무의식속에 지워지지 않는 문신이듯 새겨진다. 이 생체지도는 중력마저 거스르는 회로를 가진다. 그것으로 없는, 공중의 길을 만든다. 그러므로 날개는 깊이 패인 공중의 발자국이다. 꽃이 지고 눈이 내려도 발자국은 지워지지 않는다. 지워지기는커녕 내면에 세밀화처럼 더욱 정교하게 각인된다. 보라,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제비들이 낮게 마을을 들판을 비행하고 있다. 유선형의, 까만 등과 활짝 편 날개는 바람의 길을 여는데 최적화된 몸짓이다. 그 날개로 3천km 바깥에서 없는, 공중의 길을 걸어 와 날렵하게 유희 같은 비행을 하고 있다. 내면의 무의식에까지 입력되어 있는 생체지도의 DNA―, 타인에게 이르는 길도 그만큼 멀고 험난하겠지만, 이 생체지도에는 강과 들판과 마을의 숲길까지 그려져 있어, 태양의 흑점이 폭발해 일으키는 전파교란 현상도 흩트리지 못한다. 어쩌면 태풍에 휩쓸려 잠시 길을 잃을 수도 있겠지만, 저 생체지도에는 자신이 머무를 곳이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다. 저기 보라, 올봄도 멀리 3천km 밖에서 날아온 날개들이 공중을 마치 곡예처럼 비행하고 있다. 다시, 그대에게 이르는 몸짓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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