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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애숙 시인 / 갑골문 편지
그 날, 당신에게 딸려 보낸 내가 아직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 곳은 너무 깊고 고요해 어디로 향한 발목이든 피고 질 수 없다는 소문을 문득 들은 것 같기도 합니다. 여긴 자주 안개가 서로를 숨기는 가을입니다. 묵은 길들이 지워지고 새 길이 생기는 중인지 가끔 비밀스럽게 지축이 흔들립니다.
이젠 가믈한 당신의 체취처럼 그쪽으로 간 사람의 붉은 쪽도 흐릿해지고 있을까요. 안개의 뒤편으로 익은 감들이 사라지는 아침, 누가 읍내로 떠나가는 차의 꽁무니를 따라 달려갑니다. 부디 당신이 다시 오시길, 없는 사람을 업고 돌아와 수 없이 균열이 간 빈집을 서늘하게 칠해주시길,
비틀거리는 허깨비들이 수위가 높아진 강물 위로 섶다리 하나 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 울음의 안이며 밖인 당신, 그 곁에 어떤 천년을 기억하는 사람이 머물러 있긴 한지요. 두근거리는 양각의 시간들을 새기며, 서러운 음각의 이름들을 새기며, 우리의 시월이 차갑게 앓고 있습니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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