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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황병승 시인 / 메리제인 요코하마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28.

황병승 시인 / 메리제인 요코하마

 

 

메리제인,

우리는 요코하마에 가 본 적 없지

누구보다 요코하마를 잘 알기 때문에

 

메리제인, 가슴은 어딨니

 

우리는 뱃속에서부터 블루스를 배웠고

누구보다 빨리 블루스를 익혔지

요코하마의 거지들처럼

다른 사람들 다른 산책로

 

메리제인, 너는 걸었지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도시

항구의 불빛이 너의 머리색을 빨리

다르게 바꾸어 놓을 때까지

 

우리는 어느 해보다 자주 웃었고

누구보다 불행에 관한 한 열성적이었다고

 

메리제인, 말했지

 

빨거나 만지거나 핥느다고 해도

우리를 기억하는 것은 우리겠니?

 

슬픔이 지나간 얼굴로

다른 사람들 다른 산책로

 

시집 『여장남자 시코쿠』(문학과 지성사, 2012)중에서

 

 


 

황병승[1970. 4. 4 ~ 2019. 7. 24]시인

1970년 서울에서 출생. 2003년 《파라21》에 〈주치의 H〉외 5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 시집으로 『여장남자 시코쿠』 『트랙과 들판의 별』 등이 있음. 201년 제11회 박인환문학상과 2013년 제13회 미당문학상 수상. 2019년 요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