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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경 시인 / 베란다 B
너는 항상 베란다 B에 있다 서 있다 기다리고 있나보다 나는 항상 베란다 B에 있는 너를 향해 가느라 있다
~답게 ~답지 못하게 인정할 건 인정해야 수월해지고 실체는 실재적으로 몸을 회복해야 쾌청하다며 너는 말했지 다행이다 너의 쾌청
거울 앞에서 너는 무슨 생각을 하니? 처음에 나는 나를 생각하다가 너를 생각해 너는? 나는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나에게 깃든 너를 바라봐
너는 아직도 베란다 B에 있다 서 있다 잠시 앉았다가 또 기다리나보다 나는 아직도 베란다 B에 있는 너를 뒤로 못하고 앞에 두고 가느라 있다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나열되느라 너와 나는 무수하게 줄을 서 있거나 여러 번 반복적으로 놓여있고 시간이 매듭지어 놓은 딱딱한 꼭짓점들이 우리의 구도를 미완에서 완결 쪽으로 그리고 있고
나는 발코니 A를 찾아가는 길목에서 전봇대 뒤에서 내장이 쏟아질 듯 울고 있는 한 여자를 본 적이 있는데 남자는 저만큼 점(點)이 되어 멀리로 가고 있다고
웅크리고 있는 여자를 울음의 선혈이 붉게 한 번 더 감싸고 있었다 어둠 바깥으로 두 번째 자궁의 내막처럼 그리고 노을이 번지던 저녁 빨대로 불어 띄우던 본드 풍선처럼 소리가 붉었다 만지면 끈끈하게 색이 몸이 되어 가는 것 같았다
너는 항상 베란다 B에 있고 베란다 B는 어디에든 있고 너는 기다리고 있고 나는 너의 무엇을 계속 향해 갈 것이다 발코니 A라고 했는지 베란다 B라고 했는지 망각보다 우리가 더 가능해질 때까지
웹진 『시인광장』 2015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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