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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끝별 시인 / 크나큰 잠
한 자리 본 것처럼 깜빡 한 여기를 놓으며 신호등에 선 목이 꽃대궁처럼 꺾일 때 사르르 눈꺼풀이 읽던 행간을 다시 읽을 때
봄을 놓고 가을을 놓고 저녁마저 놓은 채 갓 구운 빵의 벼랑으로 뛰어들곤 해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사과 냄새 따스한 소파의 속살 혹은 호밀빵의 향기 출구처럼 다른 계절과 다른 바람과 노래
매일 아침 길에서 길을 들어설 때 매일 저녁 사랑에서 사랑을 떠나보낼 때 하품도 없이 썰물 지듯 깜빡깜빡 빠져나가는 늘 오늘
깜빡 한 소식처럼 한 지금을 깜빡 놓을 때마다 한 입씩 베어먹는 저 큰 잠을 향해 얼마나 자주 둥근 입술을 벌리고만 싶은가
벼락 치듯 덮치는 잠이 삶을 살게 하나니 부드러워라 두 입술이 불고 있는 아침의 기적 영혼의 발끝까지 들어올리는 달콤한 숨결 내겐 늘 한 밤이 있으니 한 밤에는 저리 푹신한 늘 오늘이 있으니
2008년도 ‘소월시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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