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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마경덕 시인 / 물의 표정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29.

마경덕 시인 / 물의 표정

 

 

돌멩이를 던지는 순간

둥근 입 하나가 떠올랐다

파문으로 드러난 물의 입,

저 잔잔한 호수에 무엇이든 통째로 삼키는 거대한 식도食道가 있다

 

물밑에 숨은 캄캄한 물의 위장

가라앉은 것들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누적된 그것들을 감추고 평온한 호수  

물가에서 몸부림치던 울음을 지우고 태연하다

 

계곡이며 개울을 핥으며 달리다가   

폭포에서 찢어진 입술을 흔적 없이 봉합하고

물은 이곳에서 표정을 완성했다

물속에 감춰진 투명한 찰과상들, 알고 보면 물은 근육질이다

 

무조건 주변을 끌어안는

물의 체질

그 이중성으로 부들과 갈대가 번식하고 몇 사람의 목숨은 사라졌다

 

물의 얼굴이 햇살에 반짝인다

가끔 허우적거림으로 깊이를 일러주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잔잔한 물의 표정을 믿고 있다

 

 


 

 

마경덕(馬敬德) 시인

1954년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으로 데뷔했다. 시집으로 『신발론』, 『글러브중독자』가 있다. 현재 블로그 ‘내 영혼의 깊은 곳(blog.naver.com/gulsame)’을 운영하며 시를 널리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이 블로그는 한국 대부분의 시인들을 소개하고 그들 작품을 계속해서 게재하는 한편 세계 여러 나라 시인과 작품들도 한국에 알리고 있다. 이 블로그를 통해 독자들과 활발히 교류하는 한편 자신의 왕성한 작품 활동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