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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윤수 시인 / 저녁이라는 옷 한 벌
누구에게나 옷 한 벌이 있다 모양과 색깔이 없는 옷 눈에 보이지 않고 벗을 수 없는 옷 잘 때도 입고 자는 저녁이라는 옷 이것은 인류의 오랜 풍습인데 어느 날 누군가가 갑자기 영원히 잠들더라도 저녁이라는 옷 한 벌은 이미 늘 입고 있어서 금세 어두워지기 쉽다
밤이란, 옷이 필요 없는 곳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생(生)의 문지방에 저마다 벗어놓고 간 저녁이라는 옷들이 쌓인 현상이다 그때 슬픔이 옷더미 벽에 자꾸 머리를 찧으며 부딪쳐 이쪽이 한동안 캄캄해지는 일이다
남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 사이에 옷이 있다 옷을 건너간 사람은 다시 옷을 건너올 수 없고 옷을 붙들며 남겨진 사람은 옷을 건너갈 수 없다 불이 서둘러 옷을 태워버리기 때문이다 서로 헤어지거나 멀어질 때 손이나 발보다 옷자락을 붙잡고 우는 풍습도 그래서 생긴 거 같다
시간의 뜨개실로 짠 옷을 입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하나의 작은 저녁이다 이겨도 져야 하는 노을처럼 어두워지면 저녁이라는 접두사가 붙지 않는 것이 없다
계간 『시산맥』 2019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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