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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예강 시인 / 햇살이라 불리는 장미를 사다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30.

김예강 시인 / 햇살이라 불리는 장미를 사다

 

 

햇살이라 불리는 장미를 샀어요

햇살이라 부르는 햇살장미

 

햇살 비치는 거리에서

햇살을 샀어요

 

햇살이라구요

일요일 아침의 햇살 담은 거리

담장 위 고양이

오후의 졸움, 앉아 쉬는 의자

 

유리병에 햇살을 꽂았어요

햇살은 이내 꽃봉오리를 터뜨리며 막 터진 말을 쏟아냅니다

 

아침의 지저귐,

재촉함, 성냄도 없이 속내를 풀어내는 말들

 

흔들리지도 날아가 버리지도 않았어요

이 여리고 따스한 빛은 어떻게 오는지

어디서 머무는지 …,

 

가시가 없는 장미였어요

 

매일 밑둥을 싹둑 잘라주었어요

장미는 작아져갔어요

유리병에 서 있지 못할 것 같아요

 

시나브로 벙글면서

여리고 따스한 빛이 어떻게 머무는지

어디로 가는지

말해주던 빛

 

돌무덤에서 새어나오는 빛처럼

눈부신 빛.

 

계간 『시와 세계』 2019년 가을호 발표

 

 


 

김예강 시인

부산교육대학교 및 同 대학원 졸업. 2005년《시와 사상》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고양이의 잠』(작가세계, 2014)이 있음. 웹진 『시인광장』과 계간 『시와 사상』 편집장 역임. 현재 계간 『시와 사상』 부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