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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시인 / '알로라' 라는 말
알로라 내 말 좀 들어봐, 나, 지금, 여기, 이탈리아야, 베네치아, 고독하지, 뭘, 여기서는 고독해도 괜찮아, (배가 새고 있는데) 알로라, 입안에 굴려보면 말을 걸 사람이 있어지는 것 같은 느낌, 알로라, 라는 말 참 좋아, 나 이탈리아 말 한 마디도 모르는데 왁자지껄 한 속에서도 그냥 그 말이 귓가에 들리는 거야 알로라, 라고 이탈리아 어 왁자지껄 하지, 성대한 꽃다발이 이탈리아 어 속에 왔다 갔다 하고, 전화를 걸고 처음 하는 말이 알로라, 라면 좀 이상하지, 그들 사이엔 그 전의 통화에서 하던 말이 있었던 거야, 과거의 말이 있고 현재의 말이 있고 내일 할 말이 있어서, 그래서 알로라가 오는 거야, 시간을 접속하는 거야, 뭘 연결하는 거야, 길을 가다가 알로라 말을 하다가 알로라 싸우다가 알로라, 울음을 그치고 알로라 알로라, 나 배가 고파, 그런데 이건 배고픔이 아니고 보고픔인 것 같아, 미소를 지으며 알로라, 나 모레 떠나, 알로라, 인생은 가고 또 오는 거잖아, 알로라, 그럼 잘 가, 또 만나자고는 말 못해도 알로라, 언젠가, 그 때 꼭 만나자, 바다를 향해 배를 타고 (배가 새고 있는데) 꼭 흰 돛단배를 타고 가야 해 안녕, 알로라,
* 알로라(Allora)는 이탈리아어로서 부사인데 그러자, 그러면, 그건 그렇고, 그 때, 느낌씨 저 등의 의미로 일상 대화에서 아주 자주 쓰이는 말
월간 『문학사상』 2018년 4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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