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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안태운 시인 / 산책했죠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31.

안태운 시인 / 산책했죠

 

 

 산책했죠. 우산을 사러 가야지, 생각하면서. 비가 오고 있었으니까. 밖으로 나가니 그러므로 이제 필요해진 우산을 사야 할 거라면서, 나는 산책했죠. 그렇게 우산 가게로 향했습니다. 비는 내리고 있었고 하지만 가게에는 마음에 드는 우산이 없었어요. 아무리 봐도 우산 같지 않았어요. 잠깐 우산 같은 게 무엇인지 골몰했지만 그랬음에도 어쩔 수 없었으므로 나는 가게를 나섰습니다. 우산 같은 건 무엇인가, 생각하면서. 할 수 없이 더 먼 곳에 있는 우산 가게로 향했어요. 우산 같은 건 무엇인지, 비는 내렸고 가게로 걸어가는 사이 비가 그칠까 봐 조마조마했습니다. 나는 이미 우산이 필요해져버렸는데요.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산책했죠. 장마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비는 내리는 것 같았고, 나는 빗속에서 젖기도 하고 빗속에서 숨기도 했습니다.

 

 계간 『문파』 2019년 가을호 발표

 

 


 

안태운 시인

1986년 전북 전주에서 출생. 201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2016년 시집으로 『감은 눈이 내 얼굴을』(민음사, 2016)이 있음. 2016년 제35회 김수영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