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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덕 시인 / 냄새의 말투
그렇게 많이 취하진 않았어 창문을 좀 열어줄래 어깨를 짚고 있는 낯 선 친구들과는 이제 그만 헤어져야 할 때야 근데 우리를 실어 나르는 바람에도 이목구비가 있다는 걸 아니 하루가 컴컴하게 내려 앉는 이맘 때는 궁금한 코 끝들이 골목들을 휘감으며 잔뜩 킁킁거리지 내 안에서 솟는 불의 기억을 맡는 일이 네겐 유쾌하지 않을 수 있어 저기 하나씩 불이 켜지는 저녁마다 제 각각의 표정으로 스며 나오는 우리가 보이니? 어떤 마음들이 타오르길래 저런 표정이 생길까 생각해 본 적이 있지 그런데 얼굴도 없는 표정이 어떻게 너희를 유혹하는 걸까? 목숨들은 바싹 타올라 사라졌어 남은 것은 통풍구에 매달린 비명과 껍질에 새겨진 화인같은 것들이지 술은 왜 마시냐고? 어차피 사는 일은 뭔가를 태우는 거야 나를 불사를 수 없으면 뭔가를 대신 불살라야 해 타오르는 목숨을 버티려면 나를 지우는 것이 현명해 빈 소주병 안을 맴돌다 빠져나가면 한결 가벼워지거든 창문을 닫지 말라고? 어제는 어느 정도 씻겨 나갔어 남은 건 약간의 흠집 같은 것뿐이야 감당할 수밖에 없어 후각은 쉬 피로해진다니까 곧 익숙해질 거야 나는 점점 더 취하는 것 같네 저기 또 몇몇이 풀어헤친 머릿단을 풀풀 디밀고 있는데 말이야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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