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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대성 시인 / 목어(木魚)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2.

김대성 시인 / 목어(木魚)

 

 

추적추적 지층을 타고 스며든 봄비

언 땅을 움켜쥔 뿌리의 촉을 열어

긴 잠에서 깨어난 산벚 나무 한 그루

파릇한 기지개를 켜고

물의 입자를 빨아올린 허공에서 벌어진 잔치

더덩실 내딛는 발자국 소리 귀 기울이며

추근대는 봄볕 차마 못 이겨

꽃잎

흐드러지게 흩날릴 때

빛살 한 줌 익어가는 동그라미

억겁의 색체가 풀어져 돋아난 잎새

처음 먹은 맘 가지가지 입에 문 초록 물고기

삼십삼천 하늘

바람에 손짓으로 구름 흐르듯

물의 형상을 따라 몸 바꾸는 일

차고 기우는 달 속에 거두어 두고

나, 여기, 지금

살랑살랑

흔들리는 텅 빈 나뭇가지 끝

내원사 대웅전, 추녀마루 잡상을 흠뻑 적신

봄비 내리는 날

향성해(香聲海) 누각에 매달린

목어의 눈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봄.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0월호 발표

 

 


 

김대성(金大成) 시인

 2010년 《시사사》를 통해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