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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 시인 / 서해안에는 일출이 없다
새만금에서 본 일몰의 영상을 되새김하다가 늦게 잠든 밤, 채석범주(彩石帆舟)를 산책하기 위해 새벽을 밝힌다. 간밤의 시끄럽고 어수선함은 잠들고 푸르고 날선 새벽의 고요가 몸 안의 세포를 깨운다. 초록, 빨강의 격포항 등대 불빛을 따라간다. 파도가 만든 책, 채석강의 층암 단층이 절경이다 시간의 역사가 빼곡하다.
남녀 사진사 두 사람, 절정의 순간 만나기 위해 꽁꽁 언 손 비비며 시린 새벽을 견디고 있다 시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풍경의 속살들 붉은 色이 슬그머니 그들에게로 스며들고 있다
누가 파도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했는가. 해안 절벽, 해식 동굴, 미처 쓸어가지 못한 발자국들, 모래사장에 새겨진 그림자까지 파도의 흔적 낭자하다. 갈라지고 막힌 새만금의 울음소리가 이주민의 숨죽인 울음같이 붉다. 파도에 통속적 시간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참새 두 마리 인기척에 놀라 붉은 병꽃나무 숲으로 숨는다. 일몰에 맞춰진 채석강의 아침 생들이 고요하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서해안에는 일출이 없다. 세상은 책 안쪽에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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