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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시인 / 비탈의 난이도
이파리도 잠을 자나요. 바람 속에서, 바람을 따라 흔들리며 숨을 쉬나요, 숨을?
공중은 햇빛에 발화되는 검정 유리 나무가 타오르는 비탈
폐쇄되기 직전, 내 몸의 간이역에는 이파리들이 멈춰 있어요. 누군가 말했죠. 11월은 부스럭거리는 빨강, 빨강의 혀 하지만 다른 사람은 숲의 삭망이라고 했어요.
나는 이파리를 손바닥에 놓고 한때 목적이었던 기차표를 그렸어요. 도착지 없는 갈색은 쉽게 모방할 수 없었죠. 나무들이 외투를 벗고 구름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만 그렸어요.
나무들이 거꾸로 자라는 저 비탈의 난이도에서 이파리는 어떤 표정일까요. 아침 안개는 두 손에 쇠못을 박고 빠르게 마르고 있어요.
저 공중에 공중을 포개고 불을 집어넣으면 벌룬은 하늘로 올라가겠죠. 텅스텐처럼 차갑고 슬픈 이파리들의 비탈은 없겠죠.
월간 『유심』 2013년 1월호 발표
박성현 시인 / 담
그는 벽돌이었네 갈색 창문과 높은 구름, 한낮의 태양과 투명한 대기 8월과 입추가 서로 이어지고 풀어지는 계절의 경계에서 한때 그는
회색, 회색의 빨강, 빨강의 수분과 초록의 이끼를 껴안는 단단한 포옹
예전에 그가 벽돌을 집어 들었을 때 성좌처럼 흩어진 점들이 연결되고 그때마다 그의 손은 붉은 점토로 바뀌었지 비로소 뿌리 내린 자작나무 숲처럼
계절은 거슬러온 삶을 묻지 않네 태평양을 건너온 바람이 그의 몸에 소금을 뿌리고, 벌거숭이처럼 벗겨져 늙어가도 그것은 순간 무너지고 순간 쌓이는 중력의 속도 성급한 사람들은 그의 균열을 메웠지만 단지 기울기의 속도만 늦췄을 뿐이네
저 벽돌들이 허물어진 공중에 새가 날아오고 꽃씨가 솟아오르고 다시 입추가 머물 것이네 한때 벽돌이었던 그는, 이미 벽돌이 아니었다 말하네
계간 『문학과 의식』 2012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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