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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성 시인 / 캥거루와 해바라기
잘 익은 햇빛과 바람이 긴 목을 타고 넘어와서 당신의 입술을 적시던 시간 너무 멀리 가있다
무엇인가 말할 수 없는 냄새로 가득 차 있는 오크통에서 발효되었던 시간, 코르크를 따는 순간 어떤 기류에 휩싸였었다
캥거루 그림이 그려진 와인 병 더는 빈 병이 아니다 달려가는 캥거루의 발뒤꿈치가 눈에 걸린다
누군가 꺾어서 버린 해바라기 몇 송이 캥거루의 뱃속에서 마르고 있다 시간을 읽지 않는 해바라기 살아있는 동안 해 뜨는 곳을 바라봤다면 이제는 해 지는 쪽을 바라보리라
캥거루는 달려가고 해바라기는 점점 더 고개를 숙이고 저 옆에 아날로그시계를 놓으면 그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마른 해바라기를 꺼내놓고 병을 굴려본다 캥거루가 뒤로 달린다 달리고 또 달린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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