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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옥 시인 / 1001번째의 섹스
불운은 필요한 물건, 내 앞에 앉은 침울이여
무수히 맞섰지만 그것만으로는 되질 않아요 집안에서부터 문밖까지 황홀한 꽃만 차있으면 그건 없는 삶, 없는 물증이지요 부딪치는 일들이 오래 필 꽃을 능가하면 어떠했을까요 옳지 않은 건 꽃의 종류보다 다양해요 나도 주먹은 세요 그것만 가지고는 그 모든 걸 밀어트릴 수는 없어요 그러니 어느 순간 속 깊어 쓴, 운문이 그렇게 소용될 줄 몰랐어요 한결 잠잠해요 그러나 1000번이 넘었을 때 날 어떻게 말리겠어요 1001번째엔 섹스를 했다한들
1001번의 작품은 1000번쯤이나 나를 애쓰고 시들어가는 죽음이듯 나를 두렵게도 하였지요 1001번째의 울음은 1000번의 뺨 위에 여러 눈물 덧댄, 그렇게 흘러온 속도인 걸 그러나 1000번이 넘었을 때 세상이 날 어떻게 위로하겠어요 어디에도 없을 나의 젊은 애인아 너는 나의 부상(副賞)인가 아니면 아직도 남은 나의 부상(負傷)인가
계간 『주변인과 문학』 2019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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