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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시인 / 소문
너는 바람처럼 가볍고 구름보다 분방해 시시각각 어디로든 가닿는다 그러다 너와 비슷한 것들과 몸을 섞는다 금세 덩치를 키워 땅에 그림자를 드리우나 싶더니 어느새 성근 그늘로 수의를 만들어 입는다 너의 숨은 집요하게 스미는 운율이다 너는 이따금 돌이나 나무에 새겨진다 우리의 비명이었거나 과거의 일부였을지 모를 너, 때로 너는 복잡한 서약 안에 담겨, 몸은 점점 괴기해지고 이름 또한 길어져, 시간이 흐른 뒤 한 번에 부를 수 없는 무엇이 되기도 한다 너는 사라졌다가도 돌아오는 순간이며 암흑처럼 덩어리인 동시에 날카로운 입자로 존재한다 너는 모든 것의 합이자 그 합들이 스스로를 지워가며 만든 부정이다 너는 불이 가물대며 버티다 훅, 꺼지는 찰나에 발하는 힘이다 흩어진 안개, 그 안에서 너는 칠흑의 밤을 피 흘리며 증언하고, 새벽은 무대 뒤에서 나타나길 주저한다 너의 시선이 폐허에 닿지 않는다면 그 안을 잠시 들여다볼 수도 있으리라 모두가 귀 세우는 곳, 너에게 가는 길은 어디에나 있고 아무 데도 없다 무뎌지는 것도 길들여지는 것, 아프지 않다 모든 건 애초에 무표정이었으니, 죽은 자들이 거꾸로 매달려 낄낄거리며 서로를 구경한다 범람 직전의 둑처럼 출렁이는 얼굴들이 보이지만 아무도 기억하려 애쓰지 않는다 다만 대부분의 시간을 의심하고 남을 탓하는 데 쓴다 창 쪽에서 벽 쪽으로, 빛에서 음지로 희미해지고 멀어지는 것들, 피투성이 카니발이 끝나고 허공 연기를 허망하게 바라보는 사람들, 그것이 우리의 속마음이었는지 모른다 그것이 우리의 속울음이었을지 모른다
* 이 글은 김애란의 「침묵의 미래」를 일부 발췌, 변용.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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