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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시인 / 시(詩)
지독한 더위다. 매미가 운다. 저 시끄러운 매미 소리에 이국적인 단조를 넣어 시를 쓴 선배가 있었다. 모든 현실의 최대화*처럼 정말로 그는 유일하게 시인이 되었고, 베토벤 스타일을 고수하며 가장 시인 같던 동기는 요절한 예술가처럼 대기업에 취직했다. 나는 그의 시집을 받고 싶었으므로 지난해 그의 청첩을 읽지 않았다.
지독하게 쓴 지 십 년째가 되면 그만두려 했지. 아니 사실 그렇게 되지 못했을 텐데.
사랑에게 배신당한 오래전 이듬해, 시가, 내게로, 남미의 시인처럼 찾아왔었지. 지난 스무 살들에게 너무 고마워 나는 떨어지는 벚꽃이 유리창 너머 그대로 수놓아지는 허름한 술집에서, 합평회 구멍 난 시들의 헐값으로 술을 마셨다. 다디단 현실을 접으며, 생을 막 낭비하기로. 낙서 가득한 벽지에게, 가짜의 혁명가들과 한때의 시절만 용사인 수많은 청년들과 맹세의 서명을 남기면서.
그런 치기가 끝내 없었다, 없을 것이다. 학생시절 지각(遲刻)을 못했고 떠나간 이름에게 욕 할 줄도 몰랐다. 지랄을 해보고 싶어. 술잔을 깨보지 못했으며 주먹질 하며 상대의 피로 내 손가락들을 더럽히지 못했다. 우물에 빠진 달을 건지려 몸을 던질 수도, 아름다운 장미에 찔려 죽을 각오도 없었으므로.
나는 계속 완벽한 실패에 대해 실패하였네.
그것이 세상에 대한 내 마지막 시라 여기며 나는 끝없이 밤하늘에 목을 축였지만
목을 매지는 못했다. 그러나 또 내가 알던 그 시, 라는 종류들은 나에게서 영원히 떠나가고.
너는 왔다. 예술은 사라졌지만 뜨거운 여름이. 시집 대신 너의 편지를 땀 흘리며 애무하고, 스케치북에 가장 아름다운 몸을 그리고, 기타의 여섯 줄 위에 너의 사소한 슬픔을. 일기장엔 그날그날의 치열한 평화들이.
미안하지만 한 번도 그 무엇도 내게서 떠난 적이 없었다네. 내 심장으로 들어온 적도.
그 육체의 찌꺼기가 남아있다면 그것들이 너를 알아보게 했고 다시 문장을 쓰게 했다. 나는 시의 안쪽과 바깥의 그들을 축복하거나 비난할 까닭이 없었다. 그 모두와 상관없이 나의 영영 고여 있는 영혼이 너를―
습작할 것이니까.
예술과 그와 맞은편 이데올로기도, 시집과 고전을 읽은 까닭도 다 그대, 당신의 실재적 미를 더 미적으로 방황하며 연습하기 위한 것이었으니까.
* 황유원
웹진 『시인광장』 2015년 8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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