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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황지우 시인 / 12월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3.

황지우 시인 / 12월

 

 

12월의 저녁 거리는

돌아가는 사람들은

더 빨리 집으로 돌아가게 하고

무릇 가계부는 가산(家産) 탕진이다

아내여, 12월이 오면

삶은 지하도에 엎드리고

내민 손처럼

불결하고, 가슴 아프고

신경질나게 한다

희망은 유혹일 뿐

쇼윈도 앞 12월의 나무는

빚더미같이, 비듬같이

바겐세일품 위에 나뭇잎을 털고

청소부는 가로수 밑의 생(生)을 하염없이 쓸고 있다

12월 거리는 사람들을

빨리 집으로 들여보내고

힘센 차가 고장난 차의 멱살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간다

 

都 속의 연꽃, 문학과지성사, 1991

 

 


 

 

황지우 시인 / 12월의 숲

 

 

눈 맞는 겨울나무숲에 가 보았다

더 들어오지 말라는 듯

벗은 몸들이 즐비해 있었다

한 목숨들로 연대(連帶)해 있었다

눈 맞는 겨울나무숲은

 

목탄화(木炭畵) 가루 희뿌연 겨울나무숲은

성자(聖者)의 길을 잠시 보여주며

이 길은 없는 길이라고

사랑은 이렇게 대책 없는 것이라고

다만 서로 버티는 것이라고 말하듯

 

형식적 경계가 안 보이게 눈 내리고

겨울나무숲은 내가 돌아갈 길을

온통 감추어버리고

인근 산의 적설량(積雪量)을 엿보는 겨울나무숲

나는 내내, 어떤 전달이 오기를 기다렸다.

 

나는 너다, 문학과지성사, 1987

 

 


 

 

황지우 시인 / 1983년/말뚝이/발설

 

 

워어메 요거시 머시다냐/요거시 머

시여/응/머냔 마리여/사람미치

고 화완장하것네/야/머가 어쩌고

어째냐/옴메 미쳐불것다 내가 미

쳐부러/아니/그것이 그것이고/

그것은 그것이고/뭐/그것이야말

로 그것이라니/이런/세상에 호랭

이가 그냥/캭/무러갈 불 놈 가트

니라고/야/너는 에비 에미도 없

냐/넌 새끼도 없어/요런/호로자

식을 /그냥 갓다가/그냥/캭/워

매 내 가시미야/오날날 가튼 대멩

천지에/요거시 머시다냐/응/머

시여/아니/저거시 저거시고/저

거슨 저거시고/저거시야말로 저거

시라니/옛끼 순/어떠께 됫깜시 가

미 그런 마를 니가 할 수 잇다냐/

응/그 마리 니 입구녁에서 어떠께

나올 수 잇스까/낫짝 한번 철판니

구나/철판니여/그래도 거시기 머

냐/우리는/거시기가 거시기해도

거시기라고 미더부럿게/그런디이/

머시냐/머시기가 머시기헝께 머시

기히어부럿는디/그러믄/조타/조

아/머시기는 그러타치고/요거슬

어째야 쓰것냐/어째야 쓰것서어/

응/요오거어스으을

 

餠煎こすシ觀壙  봄 ―나무에로, 민음사, 1985

 

 


 

 

황지우(黃芝雨, 1952 ~ 시인이자 미술평론가)

본명은 황재우. 전통시와는 전혀 다른 형식과 내용의 시로 유명한 시인이다. 문학계간지 〈외국문학〉과 〈세계의 문학〉 주간을 역임하였으며, 1994년부터 한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1997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로 재직했다. 2002년 월드컵 문화행사 전문위원으로 활동했고 '2005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한국의 책 100' 선정위원회 위원장 및 주빈국 조직위원회 총감독을 맡기도 했다. 2006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에 취임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4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2009년 사퇴했다.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연혁(沿革)〉 입선, 〈문학과 지성〉에 수필 〈대답없는 날들을 위하여〉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작활동뿐만 아니라 극작 및 미술평론에서도 능력을 보였다. 김수영문학상 수상작인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1983)는 기호, 만화, 사진, 다양한 서체 등을 사용하여 시 형태를 파괴함으로써 풍자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연극으로도 공연되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 시대와 분리될 수 없는 그의 시에는 정치성, 종교성, 일상성이 시적 파괴의 형태로 융화되어 있으며 시인은 시적 화자의 자기부정을 통해 시대를 풍자하고 유토피아를 꿈꾸었다.

 

저서로는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1984), 〈나는 너다〉(1987), 〈게눈 속의 연꽃〉(1990),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1995), 백석문학상 수상작인 〈어느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1998)가 있으며 역서로는 〈예술사의 철학〉, 〈큐비즘〉 등이 있다. 창작희곡으로 〈101번지의 3만일〉, 〈오월의 신부〉, 〈물질적 남자〉가 있다. 김수영문학상, 백석문학상 외에도 현대문학상(1991), 소월시문학상(1993), 대산문학상(1999) 등을 수상하였고 2006년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황지우(黃芝雨, 1952 ~ ) 시인

본명은 황재우. 1972년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입학하여 문리대 문학회에 가입하여 문학활동을 시작. 1973년 유신반대 시위에 연루되어 강제입영 당하였고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 1981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제적되어 서강대학교 대학원으로 옮겨 1985년 철학과를 졸업하였고, 1991년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