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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유안진 시인 / 겨울 목소리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3.

유안진 시인 / 겨울 목소리

 

 

고추바람 부는

어느 밤거리

마지막 술집에서

외로운 술잔 저 홀로 기우는가

 

부우허엉!

묶은 거미줄 함부로 쓸리며

동굴 가슴이 운다

부엉이가 운다.

 

월령가 쑥대머리, 문학사상사, 1990

 

 


 

 

유안진 시인 / 경복궁(景福宮) 경회루(慶會樓)

 

 

경복궁 경회루(慶會樓)

연못으로 가 봐라

물결을 잠깨우는

까치 울음이 있다

 

눈 닿는 자리마다

흔들리며 떠오르는

그 얼굴도 있다

 

흙탕물 검은 수렁에

몸 던져

어우러져 죄 짓고 살고 싶은 이승

 

피와 땀의 꿈길에서

흐느끼다가

홀연히 당도하는

중생(重生)의 문전(門前)

 

이 한나절은

나 또한 그대 곁에

연(蓮)꽃으로 뜨는 시간

 

경복궁(景福宮) 경회루

연못가에는

 

돌로 굳어 꿈을 꾸는

내가 있다

내가 있다.

 

물로 바람으로, 조광출판사, 1976

 

 


 

유안진 시인

1941년 경북 안동에서 출생. 서울대 사대 및 동 대학원에서 교육심리학을 전공.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음. 1965년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시단에 등단. 1970년 첫시집 『달하』를 간행한 이후 『물로 바람으로』(1975) 『월령가 쑥대머리』(1990), 『봄비 한 주머니』(2000) 등 10여 권의 시집과 시선집을 출간했고, 수필집 『우리를 영원케 하는 것은』(1988) 『축복을 웃도는 것』(1994) 등과 장편소설 『바람꽃은 시들지 않는다』(1990) 『땡삐』(1994) 등의 작품이 있음.

그밖에 『한국의 전통 육아방식』(1987) 등 다수의 전공저서와 논문을 상재. 한국펜문학상(1996), 정지용문학상(1998), 월탄문학상(2000) 등을 수상.  현재 서울대 아동학 교수로 재직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