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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필 시인 / 코러스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3.

이필 시인 / 코러스

 

 

어떤 후렴은 구름과 동일 성분이라는 거

흘러간 것들만을 모으던 기억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있던 소녀 손이 미끄러져

모래밭으로 떨어질 때

그 순간,

먼 미래가 밀려왔다 되돌아가는 느낌

5초 뒤 나의 흥얼거리는 음역으로

다시 떨어지는 음의 교란

 

어쩌면 소녀가 내게 들려주려는 노래였을까

삼십 년 전 허밍이

이제야 창문에서 떨려온다

 

라디오 잡음 속으로 빗줄기가 주파수를 맞추고

노란 호박 안에 불을 켠 것 같은

이름,

5초 전 목소리와 5초 후 목소리가 다정하게 겹칠 때

까만 겹눈의 시차를 생각한다

 

몇 권의 책이 후드득 책장에서 떨어지는 어느 오후

빈자리에는 점과 선의 배열이 있다

화음이 창밖 구름을 따라 전깃줄에 걸리는 순간

여진처럼 집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월간 『문학사상』 2018년 1월호 발표

 

 


 

이필 시인

경북 영주에서 출생. 숙명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2016년 월간 《문학사상》 신인상을 통해 등단. 현재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 일상비평 웹진 《쪽》에 <세계 여성 시인>을 연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