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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본 시인 / 새, 이름에는 날개가 없다
하늘을 날고 있는 새는 이름으로 분별할 수 없다. 높이 날면 날수록 그러하다.
까치, 백로, 까마귀와 같은 새들은 빛깔과 몸으로 구분되어 지상(地上)에 앉아있으면 각자의 이름으로 불리지만 그 이름에 갇혀 날지 못한다.
까치, 백로, 까마귀 들이 이름을 버릴 때 비로소 그들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가 되는 것이다.
하늘 높이 나는 새는 이름이 없다, 한 마리의 새일 뿐.
오늘도 나는 이름으로 밥을 먹고, 이름으로 전화를 받고, 이름으로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쓸쓸하게 집으로 돌아온다. 때로는 달빛 속을 홀로 걸으며 나의 이름으로 너를 부르며 눈물을 흘린다.
누군가로부터 이름이 불리는 동안 나는 날지 못한다. 이름을 버리지 못한 나는, 대신 날개를 버린 것이다. 날아오를 하늘을 버린 것이다.
지상의 새처럼 이름 속에 스스로 갇혀 버린 것이다.
이름에는 날개가 없다.
계간 『애지』 2018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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