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강인한 시인 / 그 해 가을의 일기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4.

강인한 시인 / 그 해 가을의 일기

 

 

지금 내가 손바닥에 받아 보는

이 해의 가을 햇빛은

정말로 햇빛입니까.

 

지금 내가 하늘을 우러러

흘리는 눈물은

정말로 눈물입니까.

 

하느님, 아아 나의 하느님

지금 나는 어느 낯선 별에서

숨을 쉬고 있습니까.

 

지금 내가 묻는 이 물음을

당신은 그 먼 곳에서

정말로 들을 수가 있습니까.

 

우리 나라 날씨, 나남, 1986

 

 


 

 

강인한 시인 / 김유신(金庾信)에게

 

 

유신(庾信), 그대의 칼은

잘못이었어.

갈대숲에서 땔거리를 자르거나

낙동강에서 은어회나 칠 걸

정말 잘못이었어.

칼은 누가 쥐는가

누가 칼을 쥐어야 하는가를

그대는 모르고 있었어.

저 푸르고 기름진 대륙에의 꿈을

무참하게 베어 버린

유신(庾信), 그대의 칼은

차라리 푸줏간에서 뻐얼건 말고기나

자르고 있을 걸.

푸짐한 덤을 얹어서 우리들의 쓸개를 잘라서

주린 개에게 던져준 일

천번 만번 억울한 잘못이었어.

칼은 누가 쥐는가

누가 칼을 쥐어야만 하는가를

유신(庾信), 그대는 정말 모르고 있었어.

 

우리 나라 날씨, 나남, 1986

 


 

강인한 시인

1944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동길. 전주고등학교를 거쳐 전북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고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이상기후』『불꽃』『전라도 시인』『우리나라 날씨』『칼레의 시민들』『황홀한 물살』『푸른 심연』『입술』 『강변북로』, 시선집 『어린 신에게』, 시비평집 『시를 찾는 그대에게』가 있다. 37년간 중고교에서 교편을 잡다가 2004년 2월 명예퇴직을 하였다. 1982년 전남문학상, 2010년 한국시인협회상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