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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우 시인 / 물구나무
오래전부터 두개골은 완벽한 그릇이었다 처음 죽은 인류의 머리를 받아들고 물가에서 장례를 치르던 자의 생각 이것으로 물을 떠 마실 수 있겠다 두 손보다 많은 음식을 쥐고 먹을 수 있겠다 그렇게 그릇을 발견한 자는 짐승을 죽일 때 머리를 때리지 않았다
설계자의 심중은 모르더라도 그는 야바위꾼 그릇들의 춤이 보고 싶었을 것 머리를 땅에 박아대는 인간들, 인간들 보며 한바탕 웃고 싶었을 것
휘젓는 손을 시간이라 부를까 이리저리 엎어져 있게 하다가 내내 감추고 있게 하다가 딱 한 번 뒤집어버리는
바닥으로 계속 엎지르면서 국물 위로 두부 한 조각 실어 보내고 싱크대 구멍 속으로 발이 빠지며 홀로 이가 나가고 쏟아지고 있는, 쏟아버리고 마는
그러니 거꾸로 서서 울어볼까 몸속에 정화수 한 사발 차오르도록
누군가 비웃다가 기어이 화낼 때까지 거꾸로, 거꾸로 서서
어디가 망가졌는지 곡예는 죽음을 건드리고 오는 일
물이 샌다
웹진 『시인광장』 2014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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