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미 시인 / 바보, 시인
신문사에 나의 교양을 팔고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오늘도 기계 앞에 줄서서 돈은 뽑지 못하고 밀린 글값 받으려 이메일을 보내 정중하지만 분명하게 용건을 전달하고 맞춤법이 틀리지 않았나 고민하고 알아서 줄텐데 내가 성급하게 앞질러 거래처에 나쁜 인상을 준 것같아 반성하지만 우편함에 불룩한 공과금영수증이 무서워 전화기를 들었다 놓고
시인에게서 이런 편지 받고싶지 않다는 전자우편을 읽고 크게 뉘우치는 답장을 보내고 15만원 때문에, 생판 본 적 없는 기자와 어색해지는 직업이 싫어서 실없이 보낸 날들이 불쌍해 사십년 갈고 닦은 솜씨로 운을 맞추고 괜한 시를 썼다고, 돌아서서 후회하고
웹진 『시인광장』2009년 가을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강인한 시인 / 바닷속의 언어(言語) 외 1편 (0) | 2020.01.07 |
|---|---|
| 박노해 시인 / 손 무덤 외 1편 (0) | 2020.01.07 |
| 허형만 시인 / 사람이 하늘이게 외 1편 (0) | 2020.01.06 |
| 최현우 시인 / 물구나무 (0) | 2020.01.06 |
| 유안진 시인 / 눈물 외 1편 (0) | 2020.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