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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범 시인 / 세나드*
너로부터 부족의 최초는 시작되었다 문명의 도입부에는 너의 피가 흐르고 네가 낳은 출산의 후대는 세계사를 기록한다
너는 이종의 관계를 통해 완성되는 하나의 세계를 원했다 그러나 너의 아비는 네가 맺은 모든 관계를 부정한다
아집은 무서운 것이지 네가 사람의 자식을 낳았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겠느냐 세나드
너의 아비는 추락 직전에 뱃전을 잡은 너의 손가락을 자름으로써 이종의 혈족이 사라지는, 완전한 절멸을 꿈꿨지만
너의 피가 바다에 쏟아질 때 물고기들은 탄생한다
너는 심연에 이르며 오래 전에 하늘을 가득 메웠던 철로 된 까마귀와 바다에서 융기한 육지와 이윽고 시작된 밤과 낮을 회고한다 수장된 곳으로부터 전설과 최초는 시작된다 세나드
그곳에서 너는 남편으로 삼았던 설원의 개와 야생성을 떠올리느냐 극지의 바다 속에서 너희들은 얼마만큼의 고독을 꿈꾸느냐 세나드
오로라가 쏟아지면 잘린 너의 손가락은 바다표범이 되고 너는 어느덧 심연의 바다에서 영원히 부활한다 그리하여
설원은 빙점 아래 모든 신성을 감추고 있는가 별들은 빛나고 신들의 이야기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하나의 세계를 완성해 보인다 세나드
너의 페이지를 넘기면 더 이상 죽을 수 없는 신들의 이야기가 흐느낌도 없이 지루하게 흘러나오는구나
* 이누이트의 창세신화에 등장하는 인물.
웹진 『시인광장』 2014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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