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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 시인 / 밤
밤에는 웬지 죄송스러워집니다 그지없이 그지없이 죄송할 뿐이라고 감히 아뢰옵니다
부끄러움 무릅쓰고 잘못 살아 왔다고 고백하게 됩니다
입이 아닌 가슴으로 심장으로 다만 아뢰옵고 고백하게 됩니다
가장 초라한 모양으로서도 가장 순전하고 진실할 수 있는 밤에는 마음 밖의 모든 것은 거짓인 줄 압니다
마음에 비춘다면 행동은 얼마나 가증스러운지 밤은 마음이지 행동이 아닌 것을 내 마음도 대낮 아닌 한밤이라고 눈물로만 감히 아뢰올 수 있습니다.
월령가 쑥대머리, 문학사상사, 1990
유안진 시인 / 별
저 아슬아슬한 벼랑 꼭대기에서도 꽃은 어이 웃으며 피단 말가
절망의 한 순간을 그렇게 밝혀주던 꽃이여 사랑이여
불티같이 단명(短命)하여 울음 오히려 길었는가
메아리 메아리치다 밤하늘에 꽂히었나
못다 불 태워 지금 다시 타고 있는 별아 머언 나의 사랑아 ―
날개옷, 문학예술사,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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