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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유안진 시인 / 밤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8.

유안진 시인 / 밤

 

 

밤에는

웬지 죄송스러워집니다

그지없이 그지없이

죄송할 뿐이라고

감히 아뢰옵니다

 

    부끄러움 무릅쓰고

    잘못 살아 왔다고

    고백하게 됩니다

 

입이 아닌

가슴으로 심장으로

다만 아뢰옵고 고백하게 됩니다

 

    가장 초라한 모양으로서도

    가장 순전하고 진실할 수 있는 밤에는

    마음 밖의 모든 것은 거짓인 줄 압니다

 

마음에 비춘다면

행동은 얼마나 가증스러운지

밤은 마음이지 행동이 아닌 것을

내 마음도 대낮 아닌 한밤이라고

눈물로만 감히 아뢰올 수 있습니다.

 

월령가 쑥대머리, 문학사상사, 1990

 

 


 

 

유안진 시인 / 별

 

 

저 아슬아슬한

벼랑 꼭대기에서도

꽃은 어이

웃으며 피단 말가

 

절망의 한 순간을

그렇게 밝혀주던

꽃이여 사랑이여

 

불티같이 단명(短命)하여

울음 오히려

길었는가

 

메아리 메아리치다

밤하늘에 꽂히었나

 

못다 불 태워

지금 다시 타고 있는

별아

머언 나의 사랑아 ―

 

날개옷, 문학예술사, 1981

 

 


 

유안진 시인

1941년 경북 안동에서 출생. 서울대 사대 및 동 대학원에서 교육심리학을 전공.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음. 1965년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시단에 등단. 1970년 첫시집 『달하』를 간행한 이후 『물로 바람으로』(1975) 『월령가 쑥대머리』(1990), 『봄비 한 주머니』(2000) 등 10여 권의 시집과 시선집을 출간했고, 수필집 『우리를 영원케 하는 것은』(1988) 『축복을 웃도는 것』(1994) 등과 장편소설 『바람꽃은 시들지 않는다』(1990) 『땡삐』(1994) 등의 작품이 있음.

그밖에 『한국의 전통 육아방식』(1987) 등 다수의 전공저서와 논문을 상재. 한국펜문학상(1996), 정지용문학상(1998), 월탄문학상(2000) 등을 수상.  현재 서울대 아동학 교수로 재직 中.